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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4-05-07 조회수 : 5063
상가권리금 양성화 추진 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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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일 : 2014-05-07 조회수 : 5063
상가권리금 양성화 추진 앞과 뒤

장사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목’, 다시 말해 점포의 위치다. 사람들의 유동이 많거나 사람들이 쉽게 들어설 수 있는 위치의 점포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런 효과로 기대되는 높은 매출은 적지 않은 권리금을 형성하며 보증금과 별개로 임차인들 사이에서 거래된다. 그러나 권리금은 법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정부에서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창업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상가권리금에 울고 웃는 창업시장을 들여다봤다.


지난 3월 말, 서울 서대문구의 조용한 카페 앞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카페 앞에서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던 카페 주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꺼번에 경찰에 연행된 것. 경찰은 이들이 전날 오후 3시 무렵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카페 앞에 텐트를 설치해놓고 건물 내 진입을 막는 경찰을 밀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적용했다.


카페 주인인 50대 부부가 텐트 농성을 벌인 이유는 1년이 좀 넘게 자신들이 공들여 운영했던 카페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지난해 1월, 단독주택을 빌려 1층은 카페로 2층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조건으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440만 원에 2년 동안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용도변경·주택개조·인테리어에 1억 원 정도가 들었고 초기운영비·시설보수비 등으로 4500만~5000만 원을 지출했다. 카페 창업에 2억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 셈이다.


창업 초기에는 고전을 하기도 했지만 예쁜 인테리어, 친절한 서비스 등으로 카페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그런데 부부의 건강이 나빠져 장사를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5~6월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두 달간 임대료가 입금되지 않자 건물주는 7월,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깜짝 놀란 부부는 급전을 빌려 1개월분을 지불했지만 건물주는 곧바로 명도소송(소유자가 부동산을 다시 넘겨달라는 소송)에 들어갔다.


부부는 건물주에게 다 포기하고 나갈 테니 투자비 일부라도 건지게 해달라고 사정했고, 마침 권리금 8000만 원에 카페를 인수하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하지만 건물주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지난 3월 17일 강제집행(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하여 청구권을 강제로 실현시키는 절차)을 통해 카페는 철거됐다.


부동산 업계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갑’의 횡포, 임대인의 횡포는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특히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고 임대인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문제는 언제나 ‘을’인 임차인의 피해로 끝나기 일쑤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권리금 보호제도 도입 방안을 밝히면서 권리금 양성화와 법제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방안의 요지는 자영업자들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을 양성화시켜 법과 제도로 보호해줌과 동시에 과세함으로써 세수 진작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후속조치들을 하나둘 꺼내고 있다. 권리금 거래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권리금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환산보증금(서울 4억 원 이상)에 따른 차별 조항도 개선, 모든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주는 것으로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임차인인 자영업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노원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선영 씨는 “아무것도 없던 점포에 내 돈 들여 시설과 인테리어 공사하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손님을 유치해 자리를 잡은 것에 대한 대가가 바로 권리금”이라며 “그런데 대부분의 건물주는 임차인 간에 오가는 권리금을 부당한 이익으로 생각하고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장사 잘 되는 점포를 집주인에게 빼앗기는 억울한 일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동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염정순 공인중개사는 “일부이긴 하지만 권리금을 볼모로 집주인이 임차인을 압박하는 사례가 있다. 임대료 9% 상한을 훨씬 넘어서는 것은 물론,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중개수수료 역시 임차인에게 전가시키는 경우”라며 “상가 계약에 있어 임차인들은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본인의 건물이 아닌 이상 점포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서대문구 카페처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권리금 양성화와 법제화에 대한 실효성 여부를 놓고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권리금은 자영업자들이 점포 소유권이 아닌 영업권을 거래하는 것으로 자영업계 관행에 따라 바닥권리, 영업권리, 시설권리, 3개 항목으로 나누어 측정된다. 문제는 이들 권리금을 책정하는 기준을 정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매수자가 이를 인정해야 비로소 거래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소 ‘점포라인’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월 말부터 1개월간 진행한 ‘권리금 양성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05명 중 권리금 양성화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한 답변자는 모두 150명(49%)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4명(34%)은 ‘정할 사안이 많고 민감해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고, 46명(15%)은 ‘매출 공개 및 과세에 대한 부담이 커 권리금 양성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반면 ‘권리금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어 양성화가 쉬울 것’이라고 내다본 응답자는 62명으로 전체의 20%에 그쳤다. 54명은 ‘지역과 상권별로 권리금을 책정하는 기준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또한 점포 운영권을 넘겨받아 다른 업종으로 변경할 경우 시설 권리금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매수자도 존재하는 만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점포라인 김창환 대표는 “권리금 양성화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이것을 현실 정책으로 가져가기에는 난관이 많다”며 “처음부터 무리하게 자영업계 전반에 대해 권리금 양성화 방안을 적용하기보다는 국가 또는 지자체의 개발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권리금 피해구제 방안을 먼저 도입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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